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밤공기가 좋길래 동네 한 바퀴 돌려고 했다
영상 4도라길래 패딩은 오바다 싶어서 후드티만 걸치고 나간 게 내 실수였다 밴쿠버 1년차라고 이제 현지인 패치 완료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습기를 머금은 추위가 뼈마디를 때리는데 진짜 서러움이 밀려왔다
가로등 밑에서 혼자 궁상떨고 있는데 저쪽에서 라쿤이랑 눈이 마주쳤다 보통은 피하거나 경계할 텐데 녀석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그냥 지나갔다
짐승한테도 무시당하는 내 처지가 처량해서 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학생들한테는 낭만 있는 튜터인 척했는데 현실은 전기장판 위에서 귤 까먹는 독거노인이다 흐린 날씨만큼이나 내 앞날도 흐린 것 같아 눈물이 날 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