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온 지 3개월 차에 접어드니 슬슬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코퀴틀람의 빗소리 들으며 으슬으슬한 기운이 돌길래 덜컥 겁부터 났다
여기서 아프면 병원비 폭탄이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황급히 캐리어 구석에 처박아둔 파우치를 열었는데 유통기한 넉넉한 한국 감기약이 보였다
남들은 멋지게 영양제 직구한다는데 나는 바리바리 싸들고 온 쫄보라고 스스로를 비웃었었다
하지만 과거의 나 자신을 매우 칭찬한다
영어사전 켜고 약사 앞에서 바디랭귀지 할 뻔한 걸 이 녀석이 살렸다
따뜻한 물에 약 한 알 털어 넣으니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
오늘 밤은 이불 푹 덮고 땀 좀 빼면 내일은 멀쩡해질 것 같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는데 나는 준비성 철저한 나 덕분에 하나도 안 서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