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세입자를 무슨 공짜 인력사무소 직원으로 보는 게 정상이냐?
웨스트밴쿠버 조용한 베이스먼트라길래 덥석 계약한 내 손가락을 탓하고 싶다. 주인 아주머니가 처음엔 마냥 친절하셨는데 갈수록 선을 넘으신다. 방금도 내려오셔서 보일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좀 봐달라고 하셨다. 나 문과생이고 기계는 스마트폰밖에 모른다. 거절 못 하고 쭈뼛쭈뼛 올라가서 대충 발로 한 번 툭 찼더니 기적처럼 소리가 멈췄다.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아주머니 눈빛이 무슨 스티브 잡스 보는 눈빛으로 변하더니 이제 전구 갈아달라, 티비 리모컨이 안 된다, 별걸 다 시키신다. 5분 전에는 먹다 남은 것 같은 정체불명의 전을 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셨다. 이거 냄새가 좀 시큼한데 거절하면 정 없다고 하실까 봐 일단 받아왔다. 버리자니 쓰레기통을 공유해서 들킬 것 같고 먹자니 내 장기가 거부한다. 싼 맛에 들어왔다가 몸으로 월세 때우는 중인데 이거 계약 해지 사유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