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2층 복도, 엘리베이터 버튼 앞.
쓰레기 봉투 들고 멍하니 서 있다가 옆집 남자가 문 열고 나오는 타이밍이랑 겹침. 서로 눈 마주치고 3초간 정적 흐름. 한국인 느낌이 강하게 와서 본능적으로 목례할 뻔함. 근데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하이도 아니고 헬로도 아닌 으어어였음. 상대방 동공 지진 나는 거 실시간으로 목격함.
그분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감. 내가 무슨 강도인 줄 알았나 봄. 쪽팔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 쓰레기도 못 버리고 비상구 계단으로 튀었음. 지금 1층 로비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올라갈 용기가 안 남. 우리 집 고양이 밥 시간 지났는데 집사가 밖에서 벌벌 떨고 있음.
옆집 남자가 경찰 신고했을까 봐 손발이 달달 떨림. 캐나다 6개월 차에 강제 추방당하는 상상까지 함. 그냥 인사 한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