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예약이 풀이라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퉁퉁 부었음. 마감 30분 전에 들어온 손님이 인스타 사진 한 장 들이밀면서 이대로 해달라는 거임. 딱 봐도 고데기 빨에 보정 떡칠된 사진인데 이걸 펌으로 해달라니 어이가 없지. 모발 상태 보니까 탈색만 세 번은 한 빗자루던데 여기서 펌을 하면 그냥 삭발하겠다는 소리랑 뭐가 다름. 안 된다고 좋게 설명했는데도 계속 우기길래 슬슬 오기가 생기더라.
그래서 내가 세상 상냥하게 웃으면서 팩트를 꽂아줌. 손님 이거 지금 하시면 100퍼센트 해그리드 돼요. 제 미용사 인생 걸고 장담하는데 진짜 하실래요 했더니 그제야 동공 지진 나는 게 보임. 결국 내 추천대로 상한 거 다 쳐내고 레이어드 컷 했는데 거울 보더니 입꼬리 씰룩거리는 거 다 봤다. 계산할 때 팁까지 넉넉하게 찍어주는데 이게 바로 금융치료인가 싶더라.
캐나다 온 지 5년 만에 영어로 싸우는 거보다 한국인 손님 기 싸움 이기는 게 더 짜릿함. 문 닫고 나오는데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임. 집에 오자마자 반겨주는 우리 댕댕이 끌어안고 승리의 춤췄다. 역시 할 말은 하고 살아야 병이 안 생기나 봐. 오늘 맥주 한 캔 까고 꿀잠 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