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을 꽉 쥐고 있는 제 손등 위로 계기판 불빛만 파랗게 떨어지는 차 안입니다.
남편 픽업하러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이었어요.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운전대를 잡았죠. 그런데 맞은편 차들이 자꾸 상향등을 깜빡거리더라고요.
요즘 사람들 운전 참 험하게 한다며 속으로 투덜거렸습니다. 눈이 부셔서 미간까지 찌푸리며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갔더랬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제 차 전조등 레버가 꺼짐에 맞춰져 있다는 걸요. 시동 켜면 들어오는 주간 주행등 그 희미한 불빛 하나 믿고 빗길을 누빈 겁니다.
아까 저한테 신호 주셨던 분들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욕 한 바가지 먹었을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블랙박스 다시 돌려볼 용기도 안 납니다. 오늘 밤은 죄책감에 잠 다 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