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어학원에서 장기자랑 비슷한 걸 한다고 해서 이 새벽에 거울 보며 춤 연습을 하고 있다
리치먼드 쉐어하우스 방음이 걱정돼서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고 동작만 크게 하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화장실 가다가 문 틈으로 나를 봤나 보다
갑자기 방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혹시 어디 아프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웃음을 참느라 배가 아팠다
내가 생각해도 거울 속 내 몸짓이 아이돌 춤이라기보다는 갓 잡은 오징어의 몸부림 같았을 거다
그래도 내일 반 친구들 앞에서 뻔뻔하게 춤출 생각하니 벌써부터 도파민이 솟구친다
여기 와서 영어 실력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랑 깡다구만 늘어가는 것 같지만 뭐라도 늘면 된 거 아닌가 싶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큰일이다 무대 찢어놓고 오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