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밴쿠버 마린드라이브 근처,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위 내 침대.
집주인 할아버지가 며칠 전부터 화장실 문고리가 고장 났다고 기술자 부른다며 한숨 푹푹 쉬고 있었음. 캐나다 인건비 살벌한 거 다들 알 거임. 내가 쓱 보니까 나사 몇 개 풀린 게 전부길래 드라이버 하나 들고 출동함. 3분 만에 고쳐주니까 할아버지가 무슨 마법사 보듯이 쳐다봄.
고맙다고 땡큐를 연발하더니 갑자기 지갑 열어서 20불 쥐여줌. 처음엔 안 받는다고 뺐는데 팀홀튼 커피라도 사 마시라며 주머니에 찔러 넣으심. 휴학하고 와서 문고리 고치는 재능 발견할 줄은 몰랐네. 이참에 핸디맨으로 알바나 뛸까 진지하게 고민 중임. 20불 벌었으니 오늘 야식은 피자 한 판 때려야겠음. 내가 생각해도 난 좀 쓸만한 세입자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