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리 안개 속 나홀로 화보 촬영회
랭리 200번 스트리트 근처 낡은 타운하우스 베란다 문 앞.

주인님은 스크래쳐 긁다가 다시 잠드셨고 나는 창밖 구경 중임. 오늘 안개가 진짜 앞이 안 보일 정도라 사일런트 힐 체험판 깐 줄 알았음. 한국이었으면 미세먼지인가 싶어서 마스크부터 찾았을 텐데 여기는 공기가 맑아서 그런가 그냥 폐가 정화되는 기분임. 숨 쉴 때마다 차가운 수증기가 들어오는 그 느낌이 아주 기가 막힘.

호기롭게 카메라 들고 나갔는데 동네 공원에 개미 한 마리 없음. 혼자 영화 주인공 빙의해서 안개 속을 걷는데 분위기 미쳤음. 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흐르는데 이게 바로 밴쿠버 감성인가 싶음. 벤치에 앉아서 폼 잡다가 엉덩이 축축해진 건 비밀이지만 사진은 기가 막히게 나옴. 인생샷 건져서 기분 좋음.

3개월 차 여행객 눈에는 이 우중충한 날씨도 감성으로 보임. 엉덩이는 차갑지만 마음은 훈훈함. 들어가서 고양이 캔 따주고 나도 따뜻한 커피 한 잔 때려야겠음. 오늘 아침 산책은 아주 성공적임.
ㅂㅋㅂㄱㅇㅊ •views108comments2like
댓글 2
오늘 아침에 운전하는데 진짜 앞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사진은 분위기 있게 잘 나왔네요
ㄹㄹ •
엉덩이 젖은 채로 들어가면 주인님이 냄새 맡고 하악질할지도 모름 얼른 말려라
ㄱ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