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식탁, 깜빡이는 노란 펜던트 조명 아래입니다. 손에 쥔 영수증이 파르르 떨립니다. 분명 우유 하나 사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카드 긁힌 문자를 보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삼백 불이 넘게 찍혀 있네요.
범인을 색출해 보니 범인은 바로 접니다. 할인 코너에서 눈이 돌아가 대용량 고양이 간식을 집어넣은 게 화근입니다. 정작 우리 집 고양이 녀석은 연어 맛 아니면 쳐다도 안 보는데 말이죠. 닭가슴살 맛을 박스로 쟁여오다니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제 저녁 거리로 집었던 소고기는 비싸다고 도로 내려놓고 왔다는 겁니다. 십 년 짬밥이면 이제 적응할 때도 됐는데 세일 딱지만 붙으면 이성이 마비되나 봅니다. 지금 고양이가 식탁 위로 올라와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이 녀석한테 환불 심부름이라도 시키고 싶네요. 뼈 빠지게 일해서 고양이 간식 창고만 채워주는 집사의 삶, 이게 맞나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