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번 버스 맨 뒷자리는 인간적으로 너무 아늑하다. 스시집 마감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탔는데, 히터가 빵빵해서 찜질방인 줄 알았다. 창밖은 흐리고 비도 살짝 오는데 버스 안은 세상 평화롭더라. 이어폰에서 나오는 발라드까지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끄덕 춤을 췄나 보다.
정신 차려보니 내려야 할 정류장은 이미 3개나 지났고, 버스는 텅 비어있었다. 급하게 벨 누르고 내리려는데 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로 보더니 괜찮다며 천천히 내리라고 손짓해주셨다. 한국 같았으면 빨리 안 내리냐고 눈치 보였을 텐데, 여긴 새벽 감성인지 기사님이 천사인지 모르겠다.
비몽사몽 걸어오는데 춥지도 않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몽글몽글했다. 밴쿠버 6개월 차에 얻은 건 영어 실력이 아니라 어디서든 잘 자는 능력인 것 같다. 내일도 출근인데 이 아늑함을 잊지 못해서 또 맨 뒷자리를 사수할 것 같다. 뉴웨스트민스터의 새벽은 생각보다 다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