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밴쿠버 론즈데일 언덕을 오르는데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을 뻔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요리 냄새 싫어해서 3일 내내 차가운 샌드위치로 연명했더니 속이 니글거려서 죽을 맛이었다. 매콤한 국물 아니면 당장 쓰러질 것 같아서 눈에 보이는 쌀국수집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가게 분위기가 싸해서 맛집인지 똥망인지 구분이 안 갔지만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었다. 직원한테 제일 매운 걸로 달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지만 나는 단호했다. 국물 한 입 먹자마자 식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느낌에 눈물이 핑 돌았다. 캡사이신이 아니라 진짜 고추의 매운맛이라 감동이었다.
여기는 맵다 해놓고 장난치는 곳이 많은데 이건 찐이었다. 땀 뻘뻘 흘리면서 국물까지 원샷하니까 이제야 살 것 같다. 가게 나오는데 찬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뱃속 기름기가 싹 씻겨 내려가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