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비 도서관 2층 안쪽 창가 자리, 은은한 조명 아래.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언어 교환 모임에 나갔다.
영어 좀 늘려보겠다고 비장하게 갔는데 내 앞자리에 앉은 제임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어 배우고 싶다길래 가볍게 인사말부터 가르쳐주려 했다. 근데 이 친구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게 최신 트로트 가수 앨범이다. 나도 모르는 가사 심오한 뜻을 물어보는데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심지어 나보고 발음 교정 좀 해달라는데 꺾기 기술이 나보다 낫다. 영어로 설명해주다가 혀가 꼬여서 그냥 한국어로 리듬 타는 법 알려줬다. 끝나고 같이 순대국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침 고인다. 캐나다 와서 사귄 첫 외국인 친구가 트로트 마니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늘 저녁은 영어 대신 뽕짝이나 실컷 듣다 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