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몰래 야식 먹다가 파산할 뻔했습니다
가게 문 닫고 집에 오니 허기가 졌습니다. 아내는 이미 꿈나라로 떠났고 저에게는 선택권이 별로 없습니다. 조용히 주방으로 잠입해 라면 물을 올렸습니다. 5년 차 이민자의 내공으로 소음 없이 냄비를 꺼내는 것까진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제 계산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으니 바로 반려견 두부의 후각이었습니다. 스프 봉지를 뜯는 그 미세한 소리와 냄새를 귀신같이 맡고 식탁 밑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통행세를 요구하는 저 눈빛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짖어서 아내를 깨우면 오늘 밤은 마당 텐트행 확정입니다. 급하게 강아지용 육포 하나를 상납하고 겨우 평화를 샀습니다. 식탁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후루룩 소리도 못 내고 라면을 먹는데 두부가 옆에서 육포를 씹으며 저를 봅니다. 뭔가 짠한 동지애가 느껴지면서도 서열이 밀린 것 같은 묘한 기분입니다. 그래도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하루 피로가 싹 풀리고 마음이 놓이네요. 포코의 흐린 밤은 오늘도 이렇게 조용히 깊어갑니다.
ㅍㅋㅇㅈ •views122comments2like
댓글 2
강아지가 입이 무겁길 바라야겠네요 뇌물까지 받았으니 이제 공범입니다
ㅂㅋ •
형님 그러다 냄새 안 빠지면 내일 아침에 등짝 스매싱 예약인데요 환기 잘 하세요
ㅂ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