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비 호수 공원 주차장,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캠핑카 2층 침대 구석.
축축한 공기가 이불 속까지 파고들어서 꿉꿉함이 극에 달했다. 밴쿠버 6개월 차, 이제는 빗소리가 자장가가 아니라 고문 소리로 들린다. 낭만 찾아서 떠난 여행인데 현실은 습기와의 전쟁이다.
아까 잠깐 문 열었다가 찬 바람에 따귀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스타 감성은 보정빨이었나 보다. 창문에 맺힌 물방울 보면서 분위기 잡기엔 내 무릎이 너무 시리다. 방금 차 지붕 위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는데 나뭇가지인지 다람쥐인지 확인하기도 귀찮다. 그냥 다람쥐가 탭댄스 추는 거라고 생각해야겠다.
전기장판 없었으면 벌써 한국 가는 비행기 티켓 끊었을지도 모른다. 내일은 해가 뜬다는데 젖은 양말이나 좀 말려야겠다. 밴라이프도 돈 많아야 낭만이지 나처럼 거지꼴로 하면 그냥 노숙 체험이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