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락 피어 주차장, 차 안 엉따 3단으로 켜놓은 운전석입니다.
4년 만에 드디어 거사 치렀네요. 맨날 웃으면서 은근슬쩍 본인 업무 토스하던 옆 부서 데이빗 말이에요. 영어 딸려서 혹시나 말실수할까 봐, 혹은 거절하면 분위기 싸해질까 봐 그동안은 그냥 호구처럼 받아줬거든요. 덕분에 제 칼퇴는 항상 남의 나라 이야기였죠.
어제 밤새 룸메이트랑 시뮬레이션 돌리고 오늘 아침 출근 전에 메일 예약 발송 걸어놨습니다. 내용은 아주 심플해요. 제 업무 R&R에 포함되지 않는 일이라 도와줄 수 없으니 매니저 통해서 공식 요청하라고요. 물론 AI 번역기 돌려서 세상에서 제일 정중하고 우아한 비즈니스 영어로 적었습니다.
방금 전송 완료 알림 떴는데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네요. 심장이 쫄깃하면서도 입꼬리가 자꾸 승천하려고 해요. 이제 사무실 올라가서 데이빗이 메일 읽고 당황할 표정 상상하니 팝콘이라도 튀겨가야 하나 싶습니다. 저 오늘 점심은 법카 말고 제 돈으로 아주 비싼 거 사 먹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