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무인 반납기 입구에 책 대신 내 체크카드를 아주 자연스럽게 밀어 넣고 있었어.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까 웬 키 큰 캐네디언 할아버지가 동공 지진 난 표정으로 쳐다보시더라.
순간 얼굴이 군고구마처럼 달아올라서 쏘리 쏘리만 무한 반복하면서 도망치듯 빠져나왔지 뭐람.
오프 날이라 모처럼 써리 센트럴 도서관 가서 교양 좀 쌓고 오려고 했는데 영혼만 털리고 왔네.
매일 스시집 알바하면서 롤만 말다가 오랜만에 문화생활이라는 걸 하려니까 뇌가 잠시 로그아웃 했나 봐.
그 와중에 야무지게 챙겨온 책은 하필이면 5세용 동물 팝업북이야.
자려고 누웠다가 그때 생각나서 이불킥 하느라 잠 다 깨버렸네.
캐나다 온 지 이제 3개월인데 나 왜 이렇게 뚝딱거리는 건지 진짜 부끄러워 죽겠어.
당장 내일 반납하러 다시 가야 하는데 그 할아버지 또 마주칠까 봐 지금부터 수치심이 밀려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