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빈칸에서 눈을 떼고 핸드폰을 들어 배달 앱의 결제 완료 창을 멍하니 노려봤어요. 코퀴틀람 제 방에서 며칠째 자소서만 쓰다 보니 매콤한 떡볶이라도 씹어 넘겨야 이 헛헛함이 채워질 것 같았거든요.
떡볶이에 김말이까지 야무지게 담아서 결제했는데 웬걸 배달 주소가 한국 본가로 찍혀 있는 거 있죠. 서울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서성이고 계실 기사님을 상상하니 등골이 다 서늘해지더라고요. 황급히 어플로 취소 요청을 누르고 창밖만 바라봤네요. 캐나다 온 지 벌써 2년인데 제 식욕의 배송지는 아직도 한국에 머물러 있나 봅니다.
결국 뻘쭘함을 달래며 찬장 구석에 박혀있던 유통기한 간당간당한 컵라면에 물을 부었습니다. 꼬들꼬들한 면발을 후루룩 넘기는데 참 서글프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새어 나오네요. 구직자의 점심은 오늘도 이렇게 스펙타클하게 지나갑니다. 회원님들의 오늘 한 끼는 부디 평화롭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