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락 주차 요정 할아버지 만난 썰
화이트락 마린 드라이브 가로등 아래 내 낡은 SUV 운전석. 밴쿠버 산 지 2년쯤 되니까 이제 갈매기랑 까마귀 표정만 봐도 쟤가 배가 고픈지 기분이 나쁜지 구분이 간다. 자영업자의 숙명인 조기 퇴근을 마치고 아내랑 바다 보러 왔다. 렌트비 아끼느라 외식은 사치지만 노을 구경은 공짜니까. 근데 주차 기계가 나를 무슨 전생에 돈 떼먹은 사람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주차 앱은 산속에 들어온 것처럼 먹통이고 기계는 내 카드를 자꾸 뱉어냈다. 당황해서 어버버하고 있는데 개 산책시키던 동네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자기 카드를 툭 찍어줬다. 내 차가 빈티지해서 멋지다며 자기가 낼 테니 좋은 시간 보내라고 쿨하게 떠났다. 20년 된 똥차를 빈티지라고 불러주는 센스에 눈물이 날 뻔했다. 히터보다 따뜻한 호의였다.

차 안에서 아내가 싸온 샌드위치 씹으며 흐린 바다를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자영업 힘들고 렌트비는 무섭게 오르지만 이런 소소한 다정함 때문에 아직은 살 만한 것 같다. 이민 2년 차에 처음 느껴보는 묘한 소속감이었다. 내일은 다시 치열한 사장님으로 돌아가겠지만 오늘 저녁은 공짜 주차 덕분에 마음이 참 포근하다.
ㅎㅇㅌㄹㅈㅁ •views122comments3like
댓글 3
할아버지 스웩 장난 아니네요. 밴쿠버 인심 아직 안 죽었습니다
ㄷㅍ •
빈티지라는 표현이 참 따뜻하네요. 사장님 내일도 힘내서 대박 나세요
ㅂㅋ •
그래서 그 할아버지 어디 계신가요. 저도 제 똥차 끌고 화이트락 가서 대기 타보렵니다
ㅈ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