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인 40대 아저씨의 비루한 영어 듣기 실력은 오늘도 밴쿠버 한복판에서 대참사를 낳았습니다. 단골 제임스가 카운터에서 하우알유 하길래 쿨하게 파인 땡큐 앤쥬를 시전했죠.
중학교 의무교육의 승리라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순간 제임스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지더군요. 알고 보니 하우 올드 알 유 라고 물었던 겁니다. 제 나이가 왜 궁금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졸지에 엉뚱한 대답을 날린 이상한 카페 사장이 되어버렸네요.
캐나다 1년 차라 아직 귀에 버터가 덜 발렸다고 변명하기엔 제임스의 그 당황한 눈동자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내일 제임스가 오면 제 나이를 마빡에 매직으로 써붙이고 라떼를 내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지금 마감 청소하면서도 내일 가게 문 열기가 두려워 손에서 스퀴지가 덜덜 떨리네요. 회원님들 내일 제임스 오면 그냥 못 본 척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이나 하나 조용히 더 타주는 게 상책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