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국 버스는 나랑 밀당을 하는 건가
메이플 릿지 로히드 하이웨이 옆 벤치 하나 있는 정류장.

가로등도 듬성듬성한 곳에 우리 집 똥강아지랑 나랑 둘이 처량하게 앉아있다.

구글맵은 분명히 버스가 3분 뒤에 도착한다고 파란색 글씨로 희망고문을 하더니 지금 40분째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버스가 중간에 차원 이동이라도 한 건지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해버렸다.

어두워서 기사가 나를 못 보고 패스할까 봐 핸드폰 플래시 켜고 아이돌 응원봉 흔들듯 미친듯이 흔들 준비도 끝냈는데 올 생각을 안 한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따졌겠지만 단풍국 3개월 차 쪼렙 유학생은 그저 체념의 미학을 배우는 중이다.

옆에서 강아지는 이제 지쳤는지 내 패딩 끄트머리에 콧물이나 닦고 있다.

내일 당장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뒤져서 바퀴 네 개 달리고 굴러가기만 하는 똥차라도 무조건 산다.

진짜 이 동네 뚜벅이 생활은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다. 언제 집에 가냐.
ㄸㅂㅊㅌㅊㄱㅇ •views123comments3like
댓글 3
구글맵 파란색 글씨는 그냥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장식품 같은 겁니다. 빨리 중고차 하나 장만하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요
ㅌㄹ •
플래시 흔들다가 지나가는 코요테나 곰한테 시비 털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거긴 밤에 야생동물 정모 장소임
ㄹㅈ •
강아지 콧물 닦는다는 부분에서 짠해서 눈물 훔치고 갑니다. 저도 초반에 버스한테 스킵당한 거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네요
ㄸ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