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셔터를 반쯤 내리다 말고 옆집 철물점 밥 아저씨가 내미는 묵직한 종이봉투를 엉겁결에 받아 들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아저씨 부인이 구웠다는 투박한 블루베리 머핀이 산처럼 쌓여 있네요.
지난주에 우리 가게 앞 눈 치워주신 게 고마워서 제육볶음 한 통 갖다 드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맵다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부부가 햇반까지 돌려서 싹싹 비웠다며 빈 통에 머핀을 채워 오셨네요. 피트 메도우즈에 처음 장사하러 왔을 때는 동양인 아줌마라고 곁눈질하던 영감님이 이제는 제육볶음 레시피를 물어보십니다.
장사 끝내고 가게 안쪽 살림집으로 들어와 추적추적 내리는 이슬비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잔에 머핀을 베어 뭅니다. 이빨 부러질 것 같이 딱딱한 영국식 머핀이지만 묘하게 달달하고 기분이 좋네요. 십 년 뚝심으로 버틴 이민 생활의 보람이 이런 건가 싶어 혼자 피식 웃음이 납니다. 내일은 불고기 양념장 황금비율을 영어로 적어드려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