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엔터키를 부서져라 내리찍으며 의자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자정 마감 8분 남기고 지옥 같던 어학원 레벨업 에세이 제출을 방금 끝냈거든.
버나비 구석에서 3개월 차 스시집 알바생으로 살면서 원어민급 에세이를 써내라니 튜터 양반 양심이 가출한 줄 알았다. 일 끝나고 파김치 된 몸으로 강아지 밥 챙겨주고 밤마다 번역기랑 멱살 잡고 싸운 지 어언 2주다.
제출 버튼 누르는 순간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문법이 파탄 났든 말든 이제 내 손을 떠났다. 내일 출근해서 롤 말다가 졸아도 튜터의 분노 섞인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온다.
옆에서 자던 우리 집 댕댕이는 내가 갑자기 발광하니까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미안하다 형이 지금 도파민 과다 분비 상태라 이성이 마비됐네. 다들 오늘 밤은 푹 자라 나는 댕댕이 안고 바로 기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