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퀴틀람 역 근처 마트 정육 코너 맨 끝 매대 앞. 방금 전까지 삼겹살 가격표 보고 동공 지진 왔다가 구석에 숨겨진 반값 할인 딱지 붙은 소고기를 발견하고 심장이 요동치는 중이다.
캐나다 온 지 6개월 차, 스시집 알바하면서 남은 롤 주워 먹으며 연명하던 내 식단에 드디어 붉은 고기가 스며들고 있다. 혼자 살면서 식비 아끼는 게 최대 미션인데 이런 득템은 진짜 짜릿하다.
누가 내일 사려고 숨겨놓은 건지 고기 팩을 양배추 더미 아래에 교묘하게 파묻어 놨더라. 셜록 홈즈 빙의해서 매의 눈으로 스캔하다가 낚아챘다. 통장 잔고는 바닥인데 내 마음속은 완전 만수르 된 기분이다.
집에 가서 버터에 굽고 소금 쳐서 입에 넣을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침 고인다. 소고기로 단백질 충전하고 오늘 오후 스시집 출근하면 캘리포니아 롤 백 개도 거뜬하게 말 것 같다. 밴쿠버 물가 맵다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이 있어서 버틸 만하다. 다들 마트 가면 매대 구석구석 잘 뒤져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