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달러 영화 티켓 한 장 끊어서 혼자 심야 영화 한 편 때리고 캄캄한 포코 밤거리를 걷고 있다. 한국이었으면 영화 끝나고 코인노래방까지 달렸을 텐데, 여긴 밤 11시만 넘어도 온 동네가 불 꺼진 수면 모드네. 구름 잔뜩 낀 흐린 밤하늘 보면서 조용한 길 걷다 보니 왠지 모르게 센치해진다.
3개월 차 여행객 주제에 고양이랑 단둘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고독을 즐기는 현지인 패치가 덜컥 돼버렸다. 아까 영화관에서 자막 없이 영어 듣기 평가 하느라 뇌세포 한 300개는 죽은 것 같은데, 막상 예술적인 미장센은 기억 안 나고 주인공이 먹던 피자만 아른거린다.
집에 오니 우리 집 상전 고양이가 늦게 다닌다고 솜방망이로 내 정강이를 친다. 그래, 타지에서의 고독한 예술 혼이고 나발이고 일단 츄르 셔틀부터 해야지. 내일은 도서관 가서 지식인인 척 영자 신문이나 펴놓고 졸아야겠다. 다들 평안한 밤 보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