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터링 마치고 랍슨 스트릿 지나오는데 오늘은 진짜 지갑 안 열겠다고 다짐했거든. 근데 멍때리며 걷다가 정신 차려보니 내 손에 세포라 쇼핑백이 들려있더라. 생활비 아끼겠다고 어제 룸메랑 저 멀리 노프릴스까지 가서 세일하는 식빵 쟁여왔는데 참 어이가 없네.
집에 오니까 룸메가 그럴 거면 어제 무겁게 빵은 왜 들고 왔냐고 한숨 푹푹 쉬더라. 캐나다 온 지 딱 1년 됐는데 렌트비 내고 남은 텅장 보면서 매일 반성만 하고 있어. 가뜩이나 날씨도 흐리고 으스스한데 영수증 찍힌 금액 보니까 뼛속까지 시려운 기분이야. 다리도 퉁퉁 붓고 너무 피곤해서 화장 지우기도 귀찮다.
환율 계산기 두드려보니 한국보다 훨씬 비싸게 샀는데 욱해서 이미 박스 뜯어버렸어. 당분간 내 저녁은 어제 사온 퍽퍽한 식빵에 땅콩버터 확정이네. 내일 과외 애들한테는 현명한 소비 습관에 대해 떠들어야 하는데 내 꼴이 참 웃기지도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