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거칠게 열고 마지막 남은 총각김치를 낚아챘어. 세일 코너에서 이 녀석을 마주친 건 거의 운명이야. 옆에 있던 아줌마가 가격표 보고 잠시 망설이는 틈을 타서 내 카트로 슛 골인했지. 아 진짜 이게 뭐라고 심장이 다 쫄깃하네.
요새 코퀴틀람 날씨도 계속 우중충해서 입맛도 가출했었는데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해결이다. 남편한테는 친정 엄마 레시피로 힘들게 담근 척 연기 좀 해야겠어. 예쁜 접시에 담아내면 절대 모를걸. 계산대 줄 서는데 내 카트에 담긴 김치를 힐끔거리는 뒷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아주 짜릿해.
집에 오자마자 라면 물부터 올렸어. 꼬들꼬들한 면발에 잘 익은 총각무 하나 얹어 먹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오늘 점심은 다이어트고 뭐고 그냥 달린다. 다들 마트 전쟁에서 승리하길 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