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화장실 세면대 배관을 내 손으로 작살낼 줄은 꿈에도 몰랐어. 리치먼드 낡은 하우스라 잔고장이 많긴 했는데 렌트비 아껴보겠다고 내가 직접 고치려다 이 사달이 났네.
유튜브에서 베이킹소다 부으면 뚫린다는 영상 보고 나대다가 밑에 파이프가 퍽 하고 빠져버렸어. 순식간에 물바다 돼서 룸메랑 둘이 수건으로 바닥 닦고 밤중에 난리 부르스를 췄다니까.
결국 위층 사는 집주인 할머니 헬프 쳤는데 한숨 푹푹 쉬시며 쳐다보시는 눈빛에 멘탈이 바사삭 털렸어. 괜히 금손 코스프레 하다가 나중에 보증금에서 수리비 왕창 까일 생각하니까 속이 엄청 쓰려.
지금 창밖엔 비까지 오고 분위기 우중충한데 룸메는 말없이 침대에 누워있고 난 눈치만 슬슬 보는 중이야. 워홀 2년 차면 웬만한 건 다 할 줄 알았는데 걍 배관공 부를 걸 그랬어. 아침에 집주인 마주치면 무슨 변명을 할지 막막하다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