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스트민스터 매장 뒷문 앞 파라솔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잠시 농땡이를 피우고 있습니다. 방금 전 제 인생에 한 획을 그을 엄청난 전화를 받았거든요.
캐나다 온 지 2년 만에 드디어 패밀리 닥터를 구했습니다. 워크인 클리닉 오픈런 뛰면서 서러웠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매번 제 증상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던 인간 앵무새 시절은 이제 안녕입니다.
옆 가게 사장님이 본인 다니는 병원에 자리 났다고 슬쩍 찔러주셨는데 이게 진짜 될 줄은 몰랐네요. 오늘따라 매장에 진동하는 커피콩 볶는 냄새가 유난히 향긋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주에 첫 진료 예약 잡았는데 벌써부터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되네요. 의사 선생님한테 잘 보여서 오래오래 제 몸뚱아리 A/S를 맡겨야 하니까요. 첫 만남인데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홍삼 캔디라도 주머니에 찔러 넣어드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다들 저한테 축하의 기운을 좀 나눠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