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야 내 헌터부츠 신고 나간 거면 적어도 카톡은 남겨야지 않니.
아침에 카페 면접 가려고 신발장 열었더니 내 소중한 부츠가 감쪽같이 증발했더라. 결국 얇은 캔버스화 신고 나왔는데 버퀴틀람역 걸어가는 10분 동안 발가락 사이로 밴쿠버의 대자연이 스며들더라구. 걸을 때마다 찌그덕 소리 나서 강제 비트박스 하면서 걸었잖아.
역 앞 교차로에서 물웅덩이 밟고 슬라이딩할 뻔한 거 코어 힘으로 겨우 버텼어. 면접 보는 내내 발이 퉁퉁 붓고 축축해서 영혼이 가출하는 줄 알았네. 사장님이 내 몰골 보더니 커피부터 한잔 타주시더라. 캐나다 온 지 반년 만에 빗물 에스프레소 마시며 취준하는 내 처지가 참 처량해.
지금 집에 돌아왔는데 이놈의 비는 눈치도 없이 계속 쏟아지네. 룸메 기지배는 아직도 안 들어왔는데 이따 오면 내 젖은 양말 얼굴에 던져버릴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다들 비 오는 날엔 신발장 사수 잘해. 난 일단 발부터 씻으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