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유튜브 쇼츠나 넘기던 잉여력을 뽐내다 불현듯 동네 독립영화관 심야 상영을 예매했습니다. 비 오는 밤에 청승맞게 혼자 무슨 영화냐 싶었지만 막상 도착하니 묘한 해방감이 들더군요.
관객이라곤 저 포함해서 딱 세 명뿐이라 대관한 기분으로 다리 뻗고 관람했습니다. 난해한 프랑스 영화였는데 중간에 살짝 졸았던 건 안 비밀입니다. 그래도 눈 떴을 때 주인공이 바게트를 뜯어 먹는 장면에 꽂혀서 대작을 알아본 척 은근슬쩍 턱을 쓰다듬었네요.
다 보고 나오니 축축한 버나비의 밤공기마저 꽤 예술적으로 느껴집니다. 10년 차 독거 직장인의 메마른 감수성에 오랜만에 단비가 내린 기분이라 어깨가 으쓱해지네요. 내일은 이 뽕에 취해서 베레모라도 하나 사러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