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식탁에 만리장성처럼 쌓여있던 정체불명의 영양제 통들을 분리수거함에 자비 없이 털어 넣으며 콧노래를 불렀어요.
오전에 패밀리 닥터 만나서 종합 피검사 성적표를 받아왔거든요. 밴쿠버 와서 5년 동안 가게 일에 치여 살다 보니 툭하면 골골대서 온갖 좋다는 약은 다 주워 먹었지 뭐예요. 근데 웬걸 간수치부터 혈당까지 20대 부럽지 않은 철강 체력이라고 인증받고 왔습니다.
옆에서 숨만 쉬어도 아프다며 엄살 피우던 바깥양반은 제 완벽한 결과지를 보더니 슬그머니 본인 혈압약을 찾아 드시네요. 그동안 워크인 클리닉 대기실에서 보낸 세월이 얼만데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이제 비싼 돈 주고 산 플라시보 알약들 끊고 저녁마다 버퀴틀람 동네나 우아하게 걸어 다녀야겠어요. 당장 내일부터 남편 영양제 예산 삭감해서 제 소고기값으로 돌리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