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를 벗어서 락커에 쑤셔넣고 매니저랑 가볍게 주먹인사를 나눴어. 유학생 신분으로 캐나다 온 지 2년 만에 드디어 로컬 카페 고정 쉬프트를 꿰찼다.
처음 밴쿠버 와서 홈스테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레쥬메 백 장씩 돌릴 때만 해도 진짜 눈앞이 캄캄했거든. 매장 들어가서 영어 버벅거리고 인터뷰 광탈하던 흑역사 생각하면 지금도 이불킥 백 번은 거뜬하게 할 수 있어.
근데 오늘 매니저가 내 라떼 아트 만드는 거 유심히 보더니 번아비 바리스타 중에서 폼이 제일 미쳤다고 폭풍 칭찬해주더라. 백퍼 립서비스인 거 뻔히 알지만 그래도 어깨가 태평양만큼 넓어지는 기분은 숨길 수가 없네.
내일은 홈스테이 아주머니한테 내 돈으로 진짜 고급진 커피 한 잔 달달하게 내려다 드려야겠어. 다들 여기서 알바 구하느라 맘고생 엄청 많을 텐데 중꺾마 정신으로 다 같이 존버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