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구석에 놓인 낡은 이케아 식탁 위, 방금 배달 온 양념치킨 박스 앞. 스시집 알바 끝나고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주저앉았다. 손끝에서 아직도 단촛물 냄새가 진동하는데 눈앞에는 영롱한 붉은빛 양념치킨이 영접을 기다리고 있다.
같이 사는 룸메 녀석이 오늘 나 진상 손님 때문에 영혼 털린 거 어찌 알고 미리 세팅해 놨더라. 캐나다 온 지 이제 1년, 매일 연어 썰고 롤 말다 보니 정작 내 입에 들어가는 건 남은 밥 쪼가리일 때가 많았거든. 타지에서 먹는 한국식 양념치킨은 진짜 치트키 그 자체다.
바삭한 튀김옷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코퀴틀람의 피로가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닭다리 하나 남았을 때 평소 같으면 멱살 잡고 싸웠을 텐데, 룸메가 조용히 내 앞접시에 밀어주더라. 연어 껍질 벗기던 내 손목의 통증이 싹 가시는 기적을 경험했다. 다들 팍팍한 이민 생활 해도 이런 소소한 맛에 버티는 거겠지. 기름진 입술 닦으며 잠자리에 들 생각하니 제법 포근한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