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드역 앞 교차로, 신호등 기둥에 살짝 기대어 선 자리.
룸메이트들 다 자는 쉐어하우스에서 몰래 빠져나와 밴쿠버 온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침 산책이라는 걸 해보고 있어.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이라 공기가 제법 쌀쌀한데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너무 쨍하고 예쁜 거 있지.
갑자기 감수성 폭발해서 풍경 사진 하나 건지려고 폰을 들었는데 내가 카메라 설정을 잘못 건드렸나 봐. 조용한 거리에 갑자기 찰칵 소리랑 플래시가 번쩍 터지는 거 있지. 하필 그때 내 앞을 조깅하며 지나가던 훈훈한 캐니디언 오빠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더라구.
나 찍는 줄 알았는지 살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폰 쥔 채로 로봇처럼 굳어버렸어. 나도 모르게 같이 손 흔들 뻔했잖아. 아침부터 맑은 공기 마시려다가 식은땀만 한 바가지 흘리고 벤치에 숨어서 글 쓰는 중이야. 다들 이불킥 어떻게 극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