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비 반반 내면 뭐하냐 화장실이 동굴인데
론즈데일 근처 오래된 우드프레임 아파트 3층, 삐걱거리는 거실 소파 위.

하루 종일 미용실에서 남의 머리카락과 씨름하다 퇴근하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어. 천장 한구석에 캐나다 지도 모양으로 번진 누수 얼룩이 오늘따라 더 아련하게 느껴지네.

같이 사는 룸메 녀석은 어제부터 화장실 전구 나갔다고 난리인데, 집주인 할아버지는 알겠다고 문자 하나 띡 보내고 며칠째 감감무소식이야. 2년 전 처음 노스밴 넘어올 때만 해도 렌트비 반반 내고 열심히 가위질하면 금방 내 집 마련할 줄 알았지. 현실은 화장실 전구 하나 내 맘대로 못 가는 셋방살이 신세네.

문득 창밖으로 바다 건너가는 씨버스 불빛을 보니까 기분이 참 묘해진다. 손님들 지저분한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서, 정작 내 인생의 고장 난 부분은 당장 수리가 안 되는 기분이랄까. 내일은 달러라마 가서 전구나 사와야겠다. 어두컴컴한 화장실에서 샤워하다가 룸메랑 눈 마주치면 공포영화가 따로 없거든.
ㄴㅅㅂㄱㅇㅅ •395
댓글 3
집주인 할배들 종특임. 수리해준다고 하고 계절 바뀌어야 옴
ㄹㅌ •
가위질로 인생 수리가 안 된다는 멘트가 뼈를 때리네요. 저도 전구 제가 직접 갈고 나중에 렌트비에서 깎고 줬습니다
ㄷㅍ •
어두운 화장실에서 룸메랑 눈 마주치는 거 상상하니까 뻘하게 터짐. 샤워기 헤드로 맞기 전에 빨리 달러라마 뛰어가셈
ㅇ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