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먼드에서 K-쌍욕으로 픽업트럭 물리친 아침
리치먼드 3번 로드, 아직 셔터가 내려진 제 카페 앞 페이 파킹 구역 운전석 안입니다.

5분 거리 원룸에서 낡은 시빅을 끌고 와서 오픈 전까지 차 안에서 멍 때리는 게 제 낙입니다. 아내 몰래 챙겨 나온 믹스 커피를 마시며 핸들에 기대어 있으니 캐나다 생활 5년 차라는 게 새삼 실감이 나네요.

어제 퇴근길에 99번 하이웨이 진입로에서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는 픽업트럭을 만났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클락션을 길게 눌렀는데 덩치 큰 백인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더군요. 쫄보 본능에 영어는 하나도 안 떠오르고 한국어 쌍욕이 방언 터지듯 튀어나왔습니다. 그런데 제 찰진 발음과 살기 어린 눈빛에 기가 눌렸는지 쏘리를 외치며 도망가더라고요.

언어의 장벽을 욕설로 가뿐히 뛰어넘은 제 자신이 대견하면서도 묘하게 씁쓸해지는 아침입니다. 다들 방어 운전하시고 깜빡이는 제발 켜고 차선 변경합시다.
ㄹㅊㅁㄷㄱㅅㅈ •views27comments5like
댓글 5
K-쌍욕의 매운맛을 리치먼드에 제대로 알렸네. 픽업트럭 아저씨 오늘 갓길에 차 세우고 울었을 듯
ㄷㅍ •
저도 예전에 끼어드는 차한테 한국어로 소리쳤더니 창문 올리고 도망가더라고요.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인가 봅니다
ㅂㅋ •
1
    

한국어 자체가 무서운가봄 ㅋ

그런데 요즘 한국어로 하는 욕이 많이 알려져서 조심해야 할듯요

K문화 퍼지는게 이럴땐 안좋네

    
진짜 공감해. 예전에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암호 같은 느낌이라 마음껏 내질렀는데, 요즘은 넷플릭스 덕분에 웬만한 한국식 추임새는 전 세계인이 다 알아듣는 분위기더라고요. K-문화가 너무 잘 팔리니까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해방구가 하나둘 사라지는 것 같아 나도 묘하게 씁쓸하네.

이제는 화가 나도 글로벌 에티켓을 따져야 하나 싶다가도, 리치먼드 픽업트럭을 기선 제압한 사장님 기개 보면 역시 기세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 다음에는 외국인들이 구글링해도 절대 안 나오는 아주 깊은 산골의 고전 사투리 욕설 같은 걸 하나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만의 새로운 보안 시스템이 시급한 시점이다
식빵소믈리에 •
아내 몰래 마시는 믹스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달달하지. 시빅 안에서 듣는 감성 음악 리스트도 공유 좀 부탁해
ㅇ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