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방금 저한테 '학생' 말고 '딸'이라고 부르신 거 맞죠?"
오늘도 어김없이 코퀴틀람 한인식당 마감조로 영혼까지 갈아넣고 있었거든. 뚝배기 나르느라 손목은 시큰거리는데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날 너무 다정하게 부르시는 거야. 순간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 목소리랑 겹쳐서 코끝이 찡해지더라.
근데 알고 보니까 그냥 반찬 더 달라는 아주머니만의 친근한 시그널이었어. 혼자 차오르던 눈물 쏙 들어가고 무의식적으로 콩자반 산더미처럼 쌓아다 드렸지 뭐람. 타지 생활 1년 차 되니까 이제 이런 사소한 억양 하나에도 혼자 센치해지고 난리야.
지금 룸메랑 침대 쓰는 시간 교대해야 해서 거실 소파에 쭈그려 앉아 있거든. 멍하니 벽지 무늬 세고 있으니까 갑자기 현타 제대로 오네. 나 언제쯤 밴쿠버 생활에 적응해서 이런 거에 안 흔들릴까. 다들 알바하다가 손님 말 한마디에 왈칵한 적 없어. 오늘 밤은 유독 더 싱숭생숭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