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메도우즈 도서관 2층 창가, 햇빛 직빵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자리.
어학원 에세이 과제 하려고 사촌 언니 집에서 도망쳐 나왔는데 진짜 화딱지 나 죽겠어. 아니 무슨 회화 반에서 뜬금없이 캐나다 정치 경제를 논하라는 건데. 나 온 지 6개월 된 뽀시래기 여행객이라고. 튜터한테 이거 주제 너무 딥한 거 아니냐고 따졌더니 영어 실력 늘리려면 한계에 부딪혀야 한다며 해맑게 웃더라.
내 피 같은 돈 내고 학원 다니면서 왜 내가 챗지피티랑 씨름해야 하는지 너무 억울해. 게다가 옆 테이블 꼬맹이들은 아까부터 틱톡 찍는다고 난리 부르스인데 도서관 직원은 만만한 내 쪽만 힐끔거림. 눈 마주치니까 갑자기 책 정리하는 척하네.
당장 때려치우고 집에 가서 엽떡이나 끓여 먹고 싶은데 제출 마감이 오늘 밤이라 엉덩이 본드 붙이고 있어. 다음 달 수강 신청은 절대 안 해. 내 돈 내산으로 고통받는 이 굴레 좀 누가 끊어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