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딱지 붙은 돼지고기만 찾으려고 마트 냉장고 앞을 서성이는 내 모습이 제법 짠하다. 육아휴직하면서 생활비 아껴보겠다고 랭리 마트까지 당당하게 출동했지. 얇아진 지갑을 방어하려고 노란색 스티커 붙은 고기만 매의 눈으로 쓸어 담았다.
뿌듯하게 계산대로 향하려다 우리 집 고양이 간식 코너에 발목을 잡혔어. 마침 대용량 캔이 1+1 행사를 하길래 눈이 돌아서 장바구니에 종류별로 마구 쑤셔 넣었지. 오늘 생활비 방어 제대로 했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말이야.
근데 집에 와서 영수증 보니까 맛 교차 증정은 안 되는 행사였더라. 결국 제값 다 주고 사 온 호구 짓을 했지만 내 다리에 머리 부비며 꼬리 치는 털뭉치를 보니 마음이 또 몽글몽글해진다. 와이프 퇴근하기 전에 이 영수증은 고양이 화장실 모래 밑에 조용히 파묻어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