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하고 영어 공부하겠다고 나댄 최후
어두운 주방에서 애기 젖병 씻다가 식탁 위에 펼쳐둔 테솔 인강 교재에 물을 엎질렀어. 육아휴직하면 시간 널널할 줄 알고 호기롭게 카드를 긁었는데 현실은 멍멍이 배변패드 갈고 분유 타는 기계네.

며칠 전엔 리치먼드 커뮤니티 센터에 아기랑 같이 듣는 마더구스 클래스 등록하러 갔거든. 튜터가 뭐라 블라블라 웃으면서 말하는데 나만 못 알아듣고 억지웃음 지었잖아.

캐나다 온 지 5년이나 됐는데 내 영어 귀는 왜 아직도 밴쿠버 공항 입국심사대에 멈춰 있는지 모르겠어. 강아지 산책시킬 때 영어 팟캐스트 듣겠다고 에어팟 꽂아놓고 속으로 뽀로로 주제가 부르는 내 자신이 참 뻘하게 웃긴다.

새벽 4시에 깨서 창밖을 보는데 날씨마저 우중충하게 흐린 게 딱 내 영어 실력 같아서 현타가 쎄게 오네. 환불 기간도 이미 지났는데 저 축축해진 인강 교재는 냄비 받침으로나 써야겠어.
ㄹㅊㅁㄷㄹㄸ •123
댓글 3
아휴 내 얘기인줄. 나도 휴직하고 끊어둔 스피킹 인강 지금 수면제로 알차게 쓰고 있어
ㄷㅍ •
냄비 받침치고는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그래도 육아하시면서 공부 시도하신 것만으로도 대단하세요
ㅂㅋ •
뽀로로 주제가는 못 참지. 솔직히 노는 게 제일 좋잖아
ㅃ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