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에 덜컥 결제한 거실 블라인드가 드디어 도착해서 아침부터 남편이랑 사다리 탔어요. 10년 넘게 웨스트밴쿠버 살면서 우리 부부가 직접 집 고치는 건 처음이네요. 맨날 사람 부르다가 이번엔 인건비 좀 아껴보겠다고 호기롭게 셀프 시공에 도전했거든요.
유튜브로 예습할 때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나사 하나 박는데도 땀이 뻘뻘 나더라고요. 남편이 전동 드릴 들고 폼 잡는 게 어찌나 어설픈지 뒤에서 몰래 빵 터졌답니다. 그래도 둘이서 투닥거리며 창문에 무사히 달아놓고 나니 제법 근사해요.
날이 꽤 흐린데도 새하얀 블라인드 사이로 빛이 은은하게 들어와서 집안이 한결 포근해진 기분이에요. 남편이 혼자 다 한 것처럼 어깨에 힘 빡 주고 있길래 조용히 모닝커피 한 잔 진하게 타서 쥐여줬어요. 이래서 다들 사서 고생하며 내 집 가꾸나 봅니다. 소소한 노동이지만 꽤 뿌듯한 아침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