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동장 손잡이를 야무지게 쥐고 그 지긋지긋한 현관문을 닫고 나왔어.
1년 내내 내 영혼을 갉아먹던 짠돌이 집주인과의 인연이 드디어 끝난 거야. 보증금 방어전 한답시고 벽지에 난 바늘구멍까지 찾아내길래 며칠 밤새워서 BC주 렌트 규정 달달 외워갔잖아.
워홀러라고 만만하게 보다가 내가 관련 법령 조목조목 들이미니까 눈동자 지진 나는데 완전 십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어. 마지막에 디파짓 수표 넘겨줄 때 그 떫떠름한 표정은 진짜 캡처해 뒀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네.
새로 이사 온 집은 볕도 잘 들고 우리 냥이 식빵 구울 창틀도 완벽해. 상자 풀다 말고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데 세상에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어. 앞으로의 밴쿠버 라이프는 진짜 꽃길만 걸을 거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