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님, 제가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오전 내내 줌으로 진행된 면접에서 예상 질문이 나오길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입을 열었죠. 근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뇌를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답변이 튀어나왔네요.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우아하게 필라테스나 독서라고 해야 하는데 퇴근 후 넷플릭스 보며 혼맥하는 게 최고라고 해버렸어요. 심지어 좋아하는 안주까지 추천할 뻔했네요.
캐나다 온 지 2년 차, 한국에서 나름 직장 생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했는데 면접장만 가면 왜 이리 뚝딱거리는지 모르겠네요. 로히드 집 창밖을 보니 잔뜩 흐린 날씨가 딱 지금 제 심정입니다.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고 있거든요.
화면 너머 면접관들의 묘한 미소가 계속 떠올라서 너무 찝찝하고 부끄러워요. 마흔 넘어서 기러기 생활하며 이직 한번 멋지게 해보려다 흑역사만 제대로 갱신했네요. 저 광탈 확정인 거겠죠. 오늘 저녁에도 얌전히 캔맥주나 하나 따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