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국에서 타온 처방약 봉투를 뜯다가 힘조절을 못해서 알약들을 거실 바닥에 촤르륵 쏟아버렸네요.
우리 집 고양이가 잽싸게 달려와서 캡슐 하나를 앞발로 툭툭 치며 월드컵 드리블을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겠지만 오늘은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줍고 있어요. 다운타운 입성 10년 만에 드디어 저에게도 빛과 소금 같은 패밀리 닥터가 생겼거든요.
워크인 클리닉 오픈런 뛰면서 서러웠던 메디컬 난민 신세도 이제 끝났습니다. 며칠 전 첫 진료 때 선생님 눈빛만 봐도 이미 만병통치약 먹은 기분이었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피검사 예약까지 싹 잡아주시는데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네요.
이제 배 살짝 아프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혼자 시한부 판정 내리던 흑역사는 안녕입니다. 든든한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할 무병장수 꽃길이 너무 기대되어서 잠도 안 오는 새벽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