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남는 참기름 있으면 한 숟갈만 적선해 줄 수 있어?" 이 한마디로 쏘아 올린 공이 우리 집 물물교환 시스템으로 정착한 지 벌써 한 달째야. 처음엔 내가 참기름을 빌렸고 다음엔 일본인 룸메가 내 고추장을 털어 가더니 이제는 서로 반찬 연성하면 문 앞에 슬쩍 조공하고 가는 사이가 되어버렸어. 워홀 2년 차 짬바에 메이플 릿지까지 와서 살면서 제일 성공한 투자가 바로 이 쉐어하우스 입주인 것 같아. 예전 빌런 집주인 피해서 야반도주하듯 구한 방인데 이렇게 꿀 떨어지는 사람들을 만날 줄은 몰랐거든.
오늘 저녁에도 대만 룸메가 달달한 디저트를 조공하길래 나는 K-디저트의 자존심 약과로 맞불을 놔줬어. 렌트비 뿜빠이 하는 삭막한 자본주의 관계일 줄 알았는데 저녁만 되면 다들 거실로 기어나와 하루 썰 푸는 분위기가 완전 몽글몽글해. 타지 생활하며 제일 서러운 게 텅 빈 방에 들어가는 건데 적어도 이 집에선 그럴 일은 없어서 마음이 싹 놓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