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나눔 쪽지와 복도 벤치
복도 끝 엘리베이터 홀, 소화전 옆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로히드 방향 비상계단 문은 잠겨 있고, 형광등만 규칙적으로 밝습니다.

오늘 낮 관리실 게시판에 고구마 나눔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내려가 보니 상자는 텅 비었고, 종이만 덜렁 남아 있더군요. 제 인생 타이밍이 가끔은 배송 알림보다 한 박자 늦습니다.

이민 온 지 다섯 해인데 이웃 이름은 아직 외계어 수준입니다. 인사는 Hi로 시작해서 Hi로 끝나고, 저는 7층 그 분으로 분류됩니다. 캐나다 분들은 친절한데, 친절과 친함 사이에는 엘리베이터 문이 두 번 더 닫혀 있는 느낌입니다.

늦은 밤 복도에 앉아 보니 작은 일이 괜히 크게 들립니다. 고구마 한 상자를 못 받은 게 슬픈 게 아니라, 누군가 떠나는 소식을 또 늦게 알았다는 쪽이 더 마음에 걸립니다.
ㅁㅁㅍ •565
댓글 5
고구마 나눔은 전쟁이더라고요. 쪽지 보고 내려간 사람 입장에서는 이미 엔딩 크레딧 상태죠. 그래도 쪽지 남겨둔 이웃은 꽤 다정한 분 같네요
ㅁㅌ •
7층 그 분이 뭐야 ㅋㅋ 건물에서 호칭이 고정되면 진짜 서운함. 한번은 이름 물어보고 다음날 또 까먹는 나도 있음
ㄹㄱ •
    
이거 진짜 서운하지, 이름이 아니라 층수로 저장되면 사람도 택배처럼 보이더라. 그래도 한번 더 묻는 게 맞아, 어색함은 하루짜리고 이름은 오래 가니까
ㅇㅈㅇㅇ •
이사 가시는 분들 보면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인사 한번 더 하고 가시라고 말 걸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늦었다고 해도 인사는 아직 유효하거든요
ㅂㄴ •
고구마가 아쉬운 척하지만 진짜는 떠나는 사람 놓친 게 bigger였던 거 아냐, 그래서 밤에 벤치까지 간 거지 ㅋㅋ 그 이웃이랑 원래 한두 마디라도 하던 사이였어?
ㄹㄹㄹ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