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 엘리베이터 홀, 소화전 옆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로히드 방향 비상계단 문은 잠겨 있고, 형광등만 규칙적으로 밝습니다.
오늘 낮 관리실 게시판에 고구마 나눔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내려가 보니 상자는 텅 비었고, 종이만 덜렁 남아 있더군요. 제 인생 타이밍이 가끔은 배송 알림보다 한 박자 늦습니다.
이민 온 지 다섯 해인데 이웃 이름은 아직 외계어 수준입니다. 인사는 Hi로 시작해서 Hi로 끝나고, 저는 7층 그 분으로 분류됩니다. 캐나다 분들은 친절한데, 친절과 친함 사이에는 엘리베이터 문이 두 번 더 닫혀 있는 느낌입니다.
늦은 밤 복도에 앉아 보니 작은 일이 괜히 크게 들립니다. 고구마 한 상자를 못 받은 게 슬픈 게 아니라, 누군가 떠나는 소식을 또 늦게 알았다는 쪽이 더 마음에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