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하버 아파트 좁은 주방 아일랜드 식탁 앞 높은 스툴 의자. 오늘 오프라서 낮에 미용실 단골 손님이 은밀하게 알려준 랍슨 거리 구석 한식 테이크아웃 집에 다녀왔어. 간판도 작아서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는데 포장해온 참치김밥 두께가 거의 내 종아리만 한 거 있지. 밴쿠버 이민 2년 차에 드디어 김밥 정착지를 찾은 것 같아서 입꼬리가 귀에 걸렸어. 강아지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취했는지 내 다리에 매달려서 탭댄스를 추고 난리가 났네.
속재료가 밥알을 압도하는 훌륭한 비율을 보니까 사장님이 김밥계의 큰손이신 게 분명해. 평소에 가위질하느라 손목 아파서 집에서 요리하기 진짜 싫었는데 이런 혜자스러운 맛집을 발견하다니 내 정보력이 너무 자랑스러워. 내일 그 손님 뿌리염색 하러 오시면 클리닉 영양제 팍팍 발라드려야겠어. 맛집 좌표 공유해주는 사람은 영혼의 단짝이나 다름없잖아. 남은 꽁다리 하나 마저 털어 넣고 우리 댕댕이랑 끌어안고 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