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반쯤 감은 채로 쌀통에 쌀을 붓다가 바닥에 절반을 흘렸습니다. 쪼그려 앉아 치우는데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 떨어지네요. 시계를 보니 겨우 아침 6시 1분인데 온도가 벌써 28도입니다. 밴쿠버 와서 5년 동안 에어컨 없이 버텼는데 올해는 진짜 한계네요.
애들 셋 깨워서 학교 보낼 생각 하니까 벌써 영혼이 가출하는 기분입니다. 어젯밤에 애들이 선풍기 하나 놓고 싸우는 걸 보며 현타가 제대로 왔거든요. 남편은 덥지도 않은지 코까지 골면서 자는데 베개로 조용히 재워버리고 싶었습니다. 하늘은 잔뜩 흐린데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찌니까 버나비가 갑자기 우기철 동남아가 되어버린 기분이네요.
이따 애들 보내고 나면 동네 디어레이크 공원 나무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워있을까 봅니다. 집 소파에 늘어져 있으면 더위에 녹아내린 끈적한 슬라임이 될 것 같거든요. 다들 이 미친 더위를 어떻게 버티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시원한 냉수나 한 사발 들이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