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그릇 싱크대에 밀어 넣고 거실 블라인드를 올리는데 줄이 툭 끊어졌어. 그 순간 햇빛이 코퀴틀람 오후 1시 특공대처럼 들이치는데, 오늘 30도 넘는 날이라 집이 순식간에 찜통 모드 됐지. 남편은 출근해서 없고 나는 육아휴직 중이라 집 지키는 총대 메는 편인데, 이런 수리 건은 늘 영어 시험 보는 기분이야. 예전엔 나사 하나만 삐끗해도 내가 잘못 쓴 건가 싶어서 혼자 검색창 순례했거든.
렌트라 괜히 혼자 만지작대다 더 망칠까 싶어서 집주인한테 사진 보내고 파파고 섞인 영어로 도움 요청했거든. 근데 한 시간도 안 돼서 공구함 들고 와선 블라인드 뚝딱, 헐거운 창문 잠금장치까지 같이 봐줬어. 마지막에 작은 선풍기 하나 꺼내주는데 진짜 좀 감동. 캐나다 2년 차인데도 집 수리 요청은 아직 심장 쫄리는데, 오늘은 마음이 이불처럼 포근했어. 렌트 생활도 가끔 이렇게 다정한 회차가 있네.